전통적인 미국 주식 시장은 하루 6.5시간, 주 5일(24/5) 운영됩니다. 반면, 지정학적 이슈나 거시 경제 데이터,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은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발생합니다. 시장은 닫혀도 글로벌 뉴스는 멈추지 않기에, 그동안 투자자들은 폐장 시간 동안 발생하는 리스크를 속수무책으로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 생태계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났습니다. 디지털 자산 시장의 성장과 함께 '연중무휴(24/7)' 거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금융 거래소들까지 거래 시간을 전면적으로 연장하고 나선 것입니다.
대표적인 자본시장 인프라인 코인베이스(Coinbase),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나스닥(Nasdaq)의 24시간 거래 도입 현황과, 이러한 변화가 시장 효율성에 어떤 이점을 주는지 경제학적 관점에서 짚어보겠습니다.
1. 코인베이스: '에브리싱 익스체인지' 비전과 주식 선물 24/7 거래
가장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거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입니다. 코인베이스는 비미국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테슬라(Tesla), 애플(Apple), 엔비디아(Nvidia)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ag 7)' 종목의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 거래를 24시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 주요 특징: 단일 주식 최대 10배, ETF(SPY, QQQ) 최대 20배 레버리지 제공. 모든 결제는 USDC로 진행.
- 전략적 목표: 단순 암호화폐 거래소를 넘어 전통 자산과 신흥 시장을 아우르는 '에브리싱 익스체인지(Everything Exchange)'로의 도약.
- 신규 상품: 2025년 9월 22일, 전통 주식과 암호화폐(BTC, ETH) 익스포저를 결합한 'Mag7 + Crypto Equity Index Futures' 출시 예정.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글로벌 사건 발생 시 거래소 개장을 기다릴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전통 금융의 반격: CME 그룹과 나스닥의 거래 시간 연장
암호화폐 거래소의 공세에 전통 금융 거인들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 CME 그룹: 2026년 5월 29일부터 규제된 암호화폐 선물 및 옵션 상품을 주말 포함 24/7 체제로 전환합니다. 2025년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량이 3조 달러를 돌파함에 따라, 주말 유지보수 2시간을 제외한 전 시간 거래를 지원하기로 한 것입니다.
- 나스닥(Nasdaq): 2026년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23/5 모델'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전 4시~오후 8시(주간)와 오후 9시~익일 오전 4시(야간) 세션으로 운영하며, 그 사이 1시간의 기술적 휴식(Technical pause)을 갖는 구조입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수요를 흡수하고 분산된 야간 유동성을 중앙으로 집중시키려는 전략입니다.
3. 경제학적 분석: "24/7 거래는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가?"
카네기멜론대와 라이스대 연구진의 논문 "Is 24/7 Trading Better?" (2025)[1]는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과거에는 시장을 일정 시간 폐장하는 것이 유동성을 특정 시간에 집중시키는 효과(Coordination of liquidity)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트레이더들이 폐장 전 재고 리스크를 털어내려 공격적으로 거래하면서 가격 충격이 최소화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 현상이 소규모 시장에만 해당한다고 지적합니다. 나스닥과 같은 대형 시장(Large markets)은 이미 참여자가 많고 정보 반영 속도가 빠르기에, 거래 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투자자의 효용과 할당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길입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대형 거래소의 최적 폐장 시간은 하루 단 2~7분에 불과했습니다. 즉, 나스닥과 CME의 행보는 경제학적 최적 해에 부합하는 결정인 셈입니다.
전통 자산과 디지털 자산의 경계 그 어딘가
암호화폐가 쏘아 올린 24/7 거래의 물결은 이제 글로벌 금융의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전통 자산과 디지털 자산의 경계는 무너졌으며, 경제학적으로도 이러한 변화는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방향입니다.
다만 투자자에게 이제 중요한 것은 '언제 깨어 있느냐'가 아니라, 유동성이 낮은 시간대에 '어떻게 지정가 주문 등을 활용해 리스크를 통제하느냐'입니다. 잠들지 않는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교한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firemarkets.net 의견: 투자자 유의사항
연중무휴 거래가 기회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비전통적 시간대에는 다음과 같은 리스크가 상존합니다.
- 유동성 고갈 및 변동성: 주요 기관이 부재한 야간에는 호가 스프레드가 넓어집니다. 시장가 주문 시 심각한 슬리피지(Slippage)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가격 발견의 괴리: 기초 자산(개별 주식)이 멈춘 상태에서 지수 선물만 거래될 경우, 비정상적인 가격이 형성될 위험이 있습니다.
- 시장 조작 리스크: 유동성이 얇은 틈을 타 스푸핑(Spoofing) 등 비정상적 거래가 발생할 확률이 높으므로 거래소의 24시간 감시 체계가 필수적입니다.
References
[1] Blonien, P., & Ober, A. (2025). Is 24/7 Trading Better?. Carnegie Mellon University & Rice University. Working Paper. [Link: firemarkets.net/research/is-24-7-trading-be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