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백금(Platinum) 가격이 12월 한 달간 39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며 원자재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내연기관차 규제 완화와 미국·중국발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연말 랠리를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12월에만 33% 급등… 연간 146% 상승 '역대급'
로이터 통신 및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에 따르면, 백금 현물 가격은 지난 월요일 온스당 2,478.5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백금은 12월 들어서만 33% 상승하며 1986년 이후 최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2025년 전체로 보면 연간 상승률이 146%에 달해, 역대 가장 강력한 연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매 금속인 팔라듐(Palladium)과 로듐(Rhodium) 역시 올해 각각 80%, 95% 상승하며 동반 강세를 보였다.
EU 정책 유턴, 시장에 "스테로이드 주사" 역할
이번 가격 폭등의 핵심 원인은 EU의 정책 변화다. 당초 2035년으로 예정됐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계획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는 방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백금과 팔라듐은 내연기관차 배기가스 정화 장치(촉매 변환기)의 핵심 소재다.
미쓰비시(Mitsubishi)의 원자재 분석팀은 "EU의 이번 계획 수정은 백금족 금속(PGM) 시장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은 격"이라며 "내연기관차 수명 연장과 더불어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인해 차량당 필요한 금속 함유량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수요 급증… "1월 관세 정책이 변수"
주요 소비국인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도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미국 정부가 백금과 팔라듐을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목록에 포함시키면서, 관세 불확실성에 대비한 기업들의 재고 확보(Stock-building) 수요가 급증했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서는 한 달 전 광저우 선물거래소에서 PGM 선물 거래가 시작되면서 투기적 자금과 헷징 수요가 대거 유입됐다.
맥쿼리(Macquarie)의 분석가들은 "중국의 현물 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시장의 진정한 시험대는 미국의 관세 정책 윤곽이 드러나는 1월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